아들넘 장개 보내놓고
큰집이 절간이 됐슴다..
서울로 직장을 옮길 수 있었던 기회도
해외로 나갈 수 있었던 기회도
모두 마다하고
서른여섯이 되도록 내가 해준 밥먹고
주구장창 붙어살던 녀석이 가정을 이루고 독립을 하니
마당도 넓어지고 .
거실은 황량하고
방세칸엔 에코음만 웅웅 거립니다.
퇴근후 시간은 왜이리 널널한지.
거실에 대형티브이는 혼자 떠들고
컴터방 모니터는 온갖 창 다 열어놔도 잼 없습니다.
외로움이 물밀듯이 밀려옵니다.
허전하기 그지 없슴다.
그렇지만 자유부인 된 기쁨도 있슴다.
그러면 퉁 친겁니다
결혼전날 밤에 무심히 나를 안고 펑펑 울어재낀 녀석이
내 귓가에 대고 제발 남친좀 만들라고 해서
등짝스매싱에 눈물 쏘옥 들어가놓곤
이젠 주말마다 쫒아와서 김찌찌개 레시피며 오징어 볶음 레시피 적어갑니다.
난 또 신나서 침 튀겨가며 강연하듯 알려줍니다.
저번주 주말엔 심각하게 말하더군요
2년안에 남친이 안생기면 모셔 가겠노라고 으악!~~ 입니다.
그래서 언능 남친 하나 맹글었습니다..
막대과자 날에는
울 매느리가 날려준 쿠폰으로 요거 사묵었슴다...
코스트코 물사러 가는데 울 매느리 제옆에 붙어서 팔짱딱 끼는데 이뻐 죽습니다.
아들넘 뒤에 오면서 나 이집 사위냐고 하길래
이서방 얼릉오게 해서 한바탕 ~ㅎㅎㅎ 웃습니다.
몇십년을 산적소굴에 살다가
울집에 이쁜 꽃이 피었습니다.
전 튼튼한 물조리개가 되겠습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