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대구광역시 공무원 골프대회를 축복이라도 하는 듯, 봄비가 추적추적 내렸다. 7일 낮 12시 50분, 경남 창녕 소재 한 골프장에서 대회 개회식이 열렸다. 대구시청 직원 골프 동호회 이븐클럽이 주최한 이번 대회에 대구시는 1등 상금으로 250만 원 상당 골프 교환권 등을 마련하는데 1,300만 원을 썼다.
홍 시장은 축사를 통해 직원들에게 용기를 불어 넣었다. 용기는 골프대회를 비판적으로 보도한 언론 및 정당을 향한 비난으로 불어 넣어지기 시작했다. 홍 시장은 비판적 보도를 하는 언론은 “좌파 매체”로 분류했고, 보도는 “허위, 날조”라고 낙인 찍었다. 허위·날조인 근거는 ‘간부 공무원만 참석한다’고 쓴 것 하나를 꼽았다. ‘5공 시절 언론’이라는 평가도 덧붙였다. (관련기사=홍준표, “공무원 골프대회 한다니 좌파 매체, 이상한 정당 말 많아”(‘23.5.7))
그러면서 홍 시장은 직원들을 향해 “눈치보지 말라”고 주문했다. “눈치 볼 필요가 없는 세상이 됐다. 당당하게 살자는 거다. 눈치 보지 말고” 참석한 직원들은 1등에게 250만 원 상당의 골프 교환권을 준다는 말보다 이 부분에서 더 많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상금보다, 떳떳하게 치라는 말에 더 환호한 직원들의 모습을 보면서 쓴웃음이 났다. 시장은 당당하게 치라고 주문하지만, 실제 대구시 공무원들이 보이는 모습은 ‘당당함’과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뉴스민>은 지난달 18일 직원 동호회 개최 형식으로 골프대회를 연다고 게 확인됐을 때,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공무원의 동호회 활동은 지방공무원법과 대구시 공무원 후생복지제도에 관한 조례에 근거해 운영되고, 대구시 예산도 지원한다. 작년까지 동호회 지원 예산은 5,000만 원이었지만, 올해부터 1억 원으로 늘었다. 예산은 더 설명할 필요 없는 시민의 혈세고, 법과 조례에 근거해 운영되는 만큼 관련 정보도 공개되는 것이 마땅하겠지만, 대구시는 ‘사생활’을 이유로 비공개했다. (관련기사=세금 지원 골프대회 정보공개 거부 대구시, “사생활 침해”(‘23.5.3))
‘사생활’이라니? <뉴스민>이 공개 요구한 정보는 ▲2023년 직원 동호회 지원 계획 문건 ▲2022년 1월부터 정보공개 시점까지 만들어진 동호회별 활동계획서, 기본활동비 지원신청서, 특별활동비 지원신청서 등 4종이다. 대구시의 동호회 지원 계획과 동호회별 활동계획서, 활동비 신청서 어디에 개인의 내밀한 비밀이 담겨 있는 것일까?
물론, 다른 이유도 덧붙긴 했다. 계획 문건은 공개되면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고, 동호회 활동 계획서 등은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순수한 직원 개인 취미활동”이라서 ‘사생활’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직무수행과 관련 없는 순수한 직원 개인 취미 활동에 혈세를 쓴다는 것에서부터 고개가 갸웃해지지만, 설령 그렇다고 하더라도 ‘당당하라’는 홍 시장의 주문과는 배치되는 조치인 건 마찬가지다.
우리 홍준표 시장은 당당하게 “실명으로” 골프를 치라고 당부를 했다. 가명으로 치는 것을 두곤 “아주 비겁하고 나쁜 사람”이라고도 했다. 속이며 숨기지 말고, 당당하게 치라는 시장의 당부에도 숨기기 바쁜 그들을 보면, 대구시 공무원들도 여전히 5공 시절 공무원이구나 싶어진다. 21세기를 선도하며, 50년 미래를 내다보는 시장님의 지도 편달이 시급해 보인다.
이상원 기자
solee412@newsm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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