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언론 옥죄는 대구시 취재 방해 폭력, 사과를 요구합니다
[取중眞담] 사진 삭제하라며 기자 밀쳐 넘어뜨려... 반복되는 대구시의 문제적 언론 대응
㈔대구컨벤션뷰로(이하 뷰로)는 지역 개최에 적합한 국제회의와 전시회 등을 발굴하고 유치하기 위해 대구시가 지난 2003년 4월 전국 1호로 설립했습니다. 뷰로는 국제회의 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하여 설립되었고 대구시 조례상에 '대구시 국제회의 전담기구'로 지정된 법령상의 조직입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지난 2022년 7월 취임하면서 예산을 절약하고 효율적 운영을 위해서라며 공공기관 통폐합에 나섰습니다. 당시 홍 시장은 공공기관을 통폐합 하더라도 '고용승계 및 근로조건 유지의 원칙'을 지키겠다고 약속했고 18개 공공기관을 11개로 통폐합한 성과를 인정받아 행정안전부 평가에서 전국 1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뷰로는 지난 9일 임시총회를 열어 해산을 결정했습니다. 대구시는 앞서 지난 2일 뷰로에 보낸 공문을 통해 9일자로 '국제회의산업 육성 사무의 위수탁 협약' 해지를 통보하고 계약해지에 따른 사업비 집행잔액을 환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 삭제 요구하며 기자 넘어뜨린 대구시 공무원
뷰로는 지난 21년 동안 세계솔라시티총회, 세계에너지총회, 세계물포럼, 세계뇌신경총회 등 723건의 국제회의를 유치하는 등 국제회의 산업의 불모지인 대구를 국제도시로 알리는 데 노력해왔습니다.
또 전시장과 회의실 등을 갖춘 엑스코(EXCO)는 대구시가 82%의 지분을 출자한 주식회사로 대구·경북 특화 산업 연계 전시회를 개최하고 해외 바이어를 유치해 지역 참가업체의 수출을 돕는 등 전시·기획·개최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공공기관 통폐합 당시 대구시는 엑스코와 뷰로를 통폐합하기로 했다가 통폐합 대상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다시 통폐합이 결정됐고 대구시는 뷰로를 해산하기 위한 임시총회를 지난 9일 오후 엑스코에서 개최했습니다.
직원 출입 막은 임시총회... 결국 해산 결정
뷰로 해산에 대해 직원들뿐 아니라 대구시의회와 지역 언론, 시민단체 등에서도 고용승계 요구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하지만 뷰로 이사장인 정장수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지난 4월 23일 열린 대구시의회 임시회에 참석해 "고용승계는 시민이 부여한 권한 범위를 벗어나 선의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시혜적 선의를 베풀 권한은 없다"고 말했습니다.
즉 엑스코와 뷰로를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뷰로를 해산하고 엑스코에 뷰로가 담당했던 업무를 추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고용승계는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또 주식회사인 엑스코가 사단법인인 뷰로의 직원을 고용승계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뷰로 직원들은 해산 총회장 앞에서 울면서 고용승계를 호소하고 회의장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 대구시 공무원들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결국 무산됐지만요.
기자는 이날 뷰로 직원들이 고용승계를 호소하는 기자회견을 비롯해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회의가 끝난 후에는 찬성 37표, 반대 10표로 해산이 가결됐다는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총회 참석자들이 모두 빠져나간 후 뷰로 직원들과 함께 회의실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회의실 안에서는 대구시 국제통상과 직원들이 책상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책상 곳곳에는 몇몇 회의록 등의 자료가 그대로 놓여 있었고요.
기자는 당시 상황을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 책상 위에 있던 문건의 내용을 휴대전화로 한 장 찍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나중에 파악해 보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리고 회의장 밖으로 나가려 출입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국제통상과 직원들이 달려와 사진을 삭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기자는 직원들의 요구가 황당했지만 취재를 위해 찍은 사진을 삭제할 수 없다며 근거를 요구했고 직원들은 내부 자료로 비공개용이라고 맞섰습니다.
기자는 삭제하지 않은 채 그대로 출입문을 열고 나가려 했으나 국제통상과장이 앞을 가로막았고 다른 직원은 기자의 팔을 당겼습니다. 사진을 삭제하지 않으면 나가지 못한다고 윽박질렀습니다.
그러다 한 직원이 기자를 밀었고 기자는 뒤로 넘어졌습니다. 머리가 먼저 대리석 바닥에 닿았고 어깨에 메고 있던 카메라도 바닥에 떨어지면서 파손됐습니다. 그렇지만 직원들은 넘어져 부상을 당한 기자에게 사진을 삭제하라는 요구만 반복했습니다. 부상이 심각하지는 않은지 확인하는 상식적인 대응도 없었습니다.
결국 기자는 사진을 삭제한 후에야 회의장을 빠져나올 수 있었고 전치 2주의 부상을 당해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또 카메라가 파손돼 수리를 하거나 새로 구입해야 할 상황입니다.
반복되는 대구시의 폭력적 언론 대응
또 있습니다. 대구시는 홍준표 시장이 취임한 후인 2023년 상반기부터 <오마이뉴스>에 광고 집행을 끊었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처음에는 홍 시장에게 비판적인 대구지역의 한 인터넷 언론사 기자의 <오마이뉴스> 기고를 받아주고 있다는 이유를 댔습니다. 그 다음에는 '대구경북신공항 특별법'을 놓고 대구시를 비판했다며 홍 시장과 법적 다툼을 벌이고 있는 대구MBC 시사프로에 <오마이뉴스> 기자가 출연한다는 이유로 광고를 집행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홍 시장이 취임한 후 대구시는 대구MBC와 법적 다툼을 벌이며 출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취재도 거부했습니다. 최근에서야 취재를 거부한 적 없다고 했지만 대구MBC는 아직도 대구시 출입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역 언론은 어떻습니까? 홍준표 시장의 시정을 비판한 한 지역 일간지에 출입 기자의 교체를 요구하고 광고를 끊겠다고 옥죄었습니다. 재정이 열악한 지역 언론으로서는 대구시의 일방적인 요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대구시에 대한 비판 기사를 스스로 검열하고 쓸 수밖에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홍준표 시장은 "나는 진보든 보수든 어떤 언론과도 척을 진 적이 없다. 비판기사를 쓴다고 싫어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기자가 참석한 과거 기자간담회에서도 "나는 오마이뉴스가 주최한 토론회에서 진보적인 사람들과 토론도 한 적 있다"고 자랑하듯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 오마이뉴스 기자는 대구시장의 기자간담회에도 참석하지 못합니다.
대구시는 지난 9일 발생한 폭력 사태에 대해 사과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상을 입은 기자의 치료비와 파손된 카메라를 변상해야 합니다. 또 그동안 대구시의 폭력적인 언론 대응 방식과 그릇된 언론관에 대해서도 진정 어린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출처 : 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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